여행작가학교

[3차 과제] 부여에서 나를 만나다.

눈으로말하다 2012. 3. 21. 21:25









 

부여에서 나를 만나다.

 여행은 만남이다. 만남과 만남이 만나서 여행이 된다. 여행지와의 만남, 여행자와의 만남, 과거와의 만남. 모두가 소중한 만남이다.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 자신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부여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4개월 전에도 부여에 왔었다. 그 때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었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몸이 다 젖은 채 여행을 했었다. 정림사지, 부소산성, 고란사, 낙화암까지 그 때와 똑같은 곳을 찾아간다. 갔던 곳을 다시 가면,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을 과거의 내가 옆에서 따라 걷고 있다.

 정림사지에 도착하니 지난번에 왔을 때와 달라진 광경이 눈에 띈다. 그 때는 정림사지5층석탑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주변 정리가 마무리 된 듯하지만 아직 강당과 회랑 등이 복원되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복원 공사는 계획했던 2014년보다도 더 늦게 완성 될 것 같다. 축소되고 왜곡된 백제 역사의 진실된 모습을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부소산성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알록달록 단풍이 든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반월루에 도착한다. 주변 풍경을 둘러보기 위해 반월루에 오르자 비가 내린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점점 굵어지더니 폭우가 된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결국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며 생각에 잠긴다.

 ‘여기는 연꽃이 폈는데, 거기는 어떠니?’ 말없이 옆에서 걷기만 하던 그 때의 내가 묻는다.
 ‘응, 알록달록 단풍이 예쁘게 졌어.’ 내가 답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대화를 나눈다. 달라진 계절, 정림사지 그리고 변함없는 모습의 유적지들에 대해 말을 주고받는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린다. 그리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다른 모습이 대화의 마지막 주제가 된다.


 과거의 나는 길을 잃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을 도와 일을 하다가 사기를 당했다. 그 이후로 주변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 때 여행을 시작한 곳이 바로 부여였다. 그리고 이 곳 저 곳,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여행하면서 즐거움에 시름을 잊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고생한 만큼 성숙해졌다.


 ‘길을 찾았니?’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다시 묻는다.
 ‘응. 찾았어.’ 내가 다시 답한다.
 
 하나의 여행을 끝낼 무렵 나는 다시 설 수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길이 보인다. 지난 여행을 통해 찾은 길이다. 직업을 찾았고, 취미를 찾았고,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찾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과거의 나를 찾았다. 그리고 만났다. 그에게 어떻게 지내왔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나도 과거의 나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알려준다.

 ‘있잖아. 지난번에 여기 왔다 간 뒤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비가 그쳤다. 다시 길을 나선다. 지난 여행 때와는 다른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백제문화단지에 가자고 한다. 그에게 이끌려 백제문화단지에 간다.   들어서니 드라마 ‘계백’을 찍었다는 표시가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에는 백제 전통 복장을 입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나는 백제 무사의 복장을 입어 본다. 기념사진도 찍고 추억을 만든다. 이제 그와 만날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
 

 백제문화단지를 모두 둘러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이제 가야해.’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짐을 준비한다. 과거의 나에게 배웅을 받으며 부여를 떠난다. 다음에 오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다.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또 만나러 와도 되지?’



여행작가학교 6기 3차 실습여행과제로 제출했던 사진과 글.
마지막 실습 여행이었다. 마지막 과제는 여행에세이로 써 볼 것을 숙제로 받았다.
그리고 책에 기고 할 수 있을 만한 2페이지 사진, 1페이지 사진, 쪽 사진 각각 1장씩 총 3장의 사진을 제출하는 숙제였다.

글에 대한 평은 '소재가 신선하다'와 '단락 구분 정리가 필요하다' 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에게서는 이번에도 마음에 든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에 대한 평은 반월루와 고란사를 찍은 사진이 극찬을 받았다.
자신감이 부쩍 늘어 날 정도로.

작년에 들었던 수업 과제들을 이제서야 블로그에 모두 올렸다.

Adios-!!